No Japan 운동의 점화효과와 이슈 관리 본문
언론이 점화효과를 통해서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기업, 사회단체, 정치인, 정당, 대통령 등은 언론이 특정한 이슈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는 과정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슈관리의 관건은 기업이나 정당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이슈가 자신의 조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사전에 예측, 진단하고 그에 대해 중장기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과거의 기업, 사회단체, 정치조직은 언론을 직접 접촉해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조직에 유리한 이슈 환경을 조성하려 했다. 과거의 이슈관리는 사실상 미디어 관계(media relations)의 관점에서만 수행되었다.
다시 말해, 언론에 보도자료와 홍보물을 배포하고, 이벤트에 언론인을 초대하고, 언론조직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등 언론이 자신의 조직에 유리한 기사를 싣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 이슈관리 이론은 언론의 의제설정 과정과 그 후속 효과인 점화효과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전향적인 관점에서 이슈 환경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기업, 사회단체, 정치조직 등은 자신의 조직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전에 이슈를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체이스(Chase, 1984)는 조직이 이슈관리를 하는 과정을 정리해서 (1)이슈를 확인하는 단계 (2)이슈를 분석하는 단계 (3)이슈변화전략을 수립하는 단계 (4)이슈에 관련된 행동계획을 실행하는 단계로 구분했다. 이러한 이슈관리 전략은 점화이론이 등장하기 전부터 공중관계 전문가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점화이론의 확립은 기업이나 정당이 이슈관리를 해야 하는 적극적인 이유와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 정치조직 등은 자신의 조직에 대해 불리한 여론을 피하고 유리한 여론이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자신에게 유·불리한 이슈의 등장과 소멸을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 사회단체, 정치조직은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No Japan 불매운동
“독립운동은 못 해도 불매운동은 한다” “보이콧 재팬” “NO 아베” “NO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우리 가게는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2019년 7월초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은, 온 나라가 뜨겁게 달아오른 사건이었다. 위와 같은 구호들이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즉 거리에도 넘쳐났다. 이런 가운데 운동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웹사이트들까지 등장하는 등 차츰 고도화, 체계화됐다.
이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유니클로는 실제로 일제의 침탈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업이지만 어찌어찌 점화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여기서 일본 언론들은 “지난 25년 동안 일제 불매운동이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인들은 냄비다”라는 말들로 불매운동을 깎아내렸다. 그러나 일본 불매운동의 기세는 사그라들기는 커녕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연령대가 동참한 가운데, 불매운동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웹사이트 ‘노노재팬’과 ‘일본 불매운동 자경단’이 등장하는 등 차츰 고도화, 체계화됐다. 7월 11일 유니클로의 지분 100%를 소유한 패스트 리테일링(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오카자키 다케시가 “불매 운동의 영향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언한 이후 일부 누리꾼과 소비자들의 여론이 격화되었고, 7월 16일 유니클로의 대한민국 지사인 에프알엘코리아(주)가 몇 언론을 통하여 해명과 사과를 내놓았으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여서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당황한 유니클로가 두 번이나 공식 사과했지만, 소용없었다. 7월 22일이 되어서야 일본 본사 사장 야나이 다다시의 의중이 반영된 사과문이 정식으로 게시되었다. 결과 유니클로의 9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91억 원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맥주 판매 1위를 차지하던 아사히 맥주를 비롯해 일본맥주들도 매장에서 한때 자취를 감출 정도로 판매부진을 겪었고,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모든 일본계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 사건 초기 어디를 점화대상으로 삼느냐에 따라 그 피해가 결정된 것.
"한국 내 렉서스의 인기 부활, 일본 불매 운동은 끝인가?" 사태가 1년이 지난 현재 일본 주간지 뉴스세븐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의 제목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한국에서 토요타 렉서스의 브랜드 파워는 원래 절대적이었다"면서 "실제로 한국 고위 관계자도 렉서스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했다. 이 글이 소개된 일본 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노 재팬(NO JAPAN)' 운동은 어디 갔느냐" "한국의 노 재팬 운동은 성공한 적이 없다" 등의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니클로는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1년간 13곳의 점포를 닫았다. 최근엔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오프라인 점포 운영이 더욱 악화되자 강남, 서초 등을 포함한 9곳의 매장을 추가로 폐점한다고 밝혔다. 유니클로를 대표하는 상품인 '경량패딩' 등 인기상품이 저렴한 할인가로 입고돼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더불어 자매 브랜드인 GU(지유)도 이달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다. 지유는 2018년 9월 국내 첫 매장을 오픈했지만 노재팬 운동으로 기를 펴지 못하고, 2년만에 한국 영업을 완전히 접게 됐다.
불매운동이 영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점화효과의 주 타깃이 된다든지 논란이 지속된다면 그 네가티브 총량을 상세할 때 까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한 곳을 점화대상을 지칭하고 그곳에 집중한 캠페인을 진행하면, 그곳에 미치는 영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나아가 사회적 조치, 시스템적 반응까지 연결되면서 시대적 흐름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네로 황제가 로마를 불 지르고 “기독교인들이 불질렀다”고 소문을 내고 그 이후 진행된 기독교에 대한 탄압과 박해를 떠올리게 되는 영향력을 지닌 것이 바로 프라이밍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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