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전략 - 기업 스스로 훌륭한 사회성 갖춰야 본문
2021년 말,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화제였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 존재를 발견한 두 천문학자가 임박한 재앙을 전 인류에 경고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미디어, 대중을 향한 뼈를 때리는 풍자가 곳곳에서 전개된다. 대중들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과학적 진실보다는 연예인 사생활이 더 큰 관심사라고 했다. 영화는 사람들은 진실을 알기보다 정치적 이념과 주장에서 느끼는 '기분'으로 진실을 선택한다고 했다. 요즘 MZ세대들은 의식면에서 여러모로 과거와 다르다. 예로 착한 상점이나 기업의 생산품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이 더욱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보답하고 돕자’는데 열심이다. 이는 ‘환경’과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MZ세대들이 이를 중요한 기준으로 둔 상점이나 기업에 찾아가 ‘가치소비’를 하는 하나의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최고의 품질이나 우수한 기능보다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만족감’이 오늘날 소비패턴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통 미디어가 여론을 주도하던 시대와는 다르게 SNS 시대에는 일반인의 감정, 정서, 공정과 같은 심리가 여론 형성의 핵심이 되고 있다.
ESG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투자자와 소비자라는 주요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의 진정성 없는 CSR 활동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투자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인 행동에 쓰인 자원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이윤 창출이나 투자자들의 이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다는데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전통적인 재무제표 상으로는 기업의 CSR 성과를 알기 어려우며 별도로 제공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역시 이러한 활동의 근거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ESG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모호하고 비계량적이며, 기업 중심적이었던 과거의 비재무적 요소 평가에서 벗어나, 투자자의 관심이 크고, 비교적 재무적 요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ESG 요소만을 선별하여 기업 평가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다.
환경과 관련이 큰 석유화학 산업을 통해 ESG를 살펴보면 환경(E)부문에서 높은 등급을 획득하는 게 쉽지 않다. 요즘은 환경부문보다 석유화학기업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사회(S)부문이다. 국내 유수 화학기업들의 등급이 강등됐다. 이유는 잇따른 사고 때문이다. 2020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KCGS) ESG 등급에서 환경(E)부문 'A+'를 받은 기업은 10곳에 그쳤다. 지배구조(G)부문에서 'A+'를 받은 기업은 9곳이었다. 반면 사회(S)부문에서 'A+' 등급을 받은 기업은 71곳에 달했다. 결과론적 해석이지만 사회(S)부문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환경(E)이나 지배구조(G)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건 석유화학 기업에게는 쉽지 않다. 'A+'를 받은 71개 기업 가운데 석유화학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좀더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 진다. S사는 최근 환경 및 기후 변화 대응을 중심으로 사회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새 사회공헌 비전인 『그린 커넥터(Green Connector)』를 선포하고, 생태계, 교육, 에너지, 경제 등 4가지 중점 분야에서 환경가치를 극대화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ESG 활동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정성적인 차원에 기반하는 것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캠페인과 전달하는 메시지들, 또는 주요 유명인들의 보증 등이 소비자에게는 더욱더 큰 반향을 불러온다.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ESG는 기업이 호혜로운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차원의 것으로서, 구체적인 성과와 수치를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와 수치는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낯선 개념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은 여전히 정성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소비자의 지불 비용보다 커야 하며, 소비자가 기업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소비자의 언어로 풀어내야만 한다. 또한, 유사한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자사의 브랜드가 가진 본질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홍보회사인 피알원이 개발하고 있는 여론조사 P-ESG Index로 S사를 분석해 보면 ESG평가를 높이기 위해 사회부문의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래 표와 같이 노동문제, 다양성, 안정성, 지역사회 경제 기여, 상생, 공정거래 등 항목에서 보다 공중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S사의 세부 항목별 ESG점수(기간 2021.6~12월, 피알원 제공)
사회 세부요인 | 점수 |
임금/근로조건 | 4 |
노사관계 | 3 |
직장내 안전/보건 | 2 |
인력개발 지원 | 4 |
다양성·평등 | 2 |
결사·노동조합 가입의 자유 | 0 |
내부 고충시스템 수립/운영 | 1 |
제품/서비스 품질 | 7 |
제품/서비스 안전성 | 2 |
피해구제 | 1 |
마케팅/광고 관행 | 1 |
개인정보 보호 | 0 |
지역사회공헌활동 | 5 |
지역사회 경제기여 | 3 |
협력사 지원·상생 | 3 |
공정거래 | 1 |
註) 점수 산출은 AI산식에 따라 빈도, 긍부정 가중치 등을 합산하여 10점 만점으로 계산했다.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유대감은 점점 둔화되는 추세다. 그래서 신뢰와 유대를 쌓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사회공헌 활동, 고객과의 상호 작용, 사회적 교환 등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사회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다국적PR회사 에델만의 루펜 데사이(Rupen Desai) 부회장은 “브랜드가 가진 세계관, 가치, 신념 등을 포함한 브랜드의 목표와 존재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 지표도 제시했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라
▷기억에 남을 스토리를 활용하라
▷모든 소비자 접점에서 신뢰를 구축하라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쳐라
▷공유를 유도하고, 파트너십을 도모하라
새로운 여론 환경에 대한 확실하고 유일한 대응 전략은 기업 스스로 ‘훌륭한 사회성’을 형성하는 것뿐이다. 기업의 CEO부터 일선 직원들까지 제대로 형성된 사회성을 공유 해 기업의 문화와 체질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 어떤 기업에게 ‘고객은 왕이다’라는 액자 속 서비스 철학이 있었다면 이젠 구체적으로 왕의 종류는 어떤 유형이 있고, 각각의 왕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그들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직원들과 정확히 공유하는 노력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공분이 생겨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구성원 모두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입장을 정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 그 결정의 핵심적 기반이 최고경영진의 ‘개인적 감정이나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그 기반은 ‘훌륭한 사회성’ 그 자체로 대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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