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에서 10개월로? 빠르게 다가오는 슬로우 패션, 제대로 천천히 갈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통상 2주마다 새로운 옷들이 들어오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지난 세기 말부터 패션 산업의 주류로 떠오르며, 세계화된 국가와 도시인들의 삶에 파고든 패스트 패션은 H&M, UNIQLO, ZARA 등의

SPA(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들로 대표됩니다.

 

하지만 이 패스트 패션에 대한 문제점은 일찍부터 지적되었으며, 그에 반대로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의 개념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환경 오염과 탄소 배출, 세계 기후 변화 대응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던 이 패스트 패션 중심의 패션 산업계가

코로나 팬데믹 이 더해져, 슬로우 패션으로의 실질적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런 조건을 설정하지 않은 ‘패스트패션’의 구글 검색 결과. 패스트패션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포스팅들이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실질적 변화 조짐은 올해 초 GUCC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새로운 이야기와 상품을 한 해 단 두 번만 소개할 것(We meet just twice a year, to share the chapters of a new story.)’이라는

메시지를 포스팅하면서부터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www.instagram.com/alessandro_michele/

(embedded https://edition.cnn.com/style/article/gucci-fashion-calendar/index.html#:~:text=Gucci%20abandons%20%27worn%2Dout%20ritual,as%20the%20industry%20looks%20inward&text=Gucci%27s%20creative%20director%20Alessandro%20Michele,the%20light%20of%20Covid%2D19 )

 

 

이어서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서명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패션 산업에 보내는 공개 서한(Open Letter to the Fashion Industry)’을 통해 올해부터 패션쇼의 횟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것들을 적게 만들자는 합의 제안이 있었지요.

 

 

그리고 이 공개 서한에 서명한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가입된 곳이자, 세계 패션업계를 선도한다고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의 협회

(BFC; British Fashion Council, CFDA; 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는 패션 시스템이 모든 단계에서 변화해야 하며

(the fashion system must change, and it must happen at every level), 속도를 늦추고(slow down),

디자이너들이 한 해 두 번보다 많은 컬렉션에 집중하지 않고, 하나의 도시에서 보여지길 권한다는 패션산업 리셋을 위한 중요한 메시지(THE FASHION INDUSTRY’S RESET: AN IMPORTANT MESSAGE FROM THE CFDA & BFC)를 공동 발표했습니다.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 구조 등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의 기준으로 볼 때

패션업계는 이를 이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서 ‘진정성’을 발견하기는 매우 어려운

오히려 역공 당할 수 있는 한계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옷과 신발들은 만들어지는데, 또 버려지고 처리되는데 엄청난 물과 에너지가 사용되며 탄소가 배출됩니다.

 

 

fashionbiz.co.kr

 

 

또한 많은 브랜드의 제품들은 여전히 취약 계층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Jeff Danziger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재활용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든 의류 광고가 한창 입니다.

그런데 이 재활용 페트병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며, 이 원사를 만들어 내는 한 기업은 갑질과 탈세, 횡령 등의 소유주 일가 문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7년 명명된 슬로우 패션의 개념과 취지는 2020년이 되어서야 한 해 대여섯 차례 씩 열리던 패션쇼를 두 번으로 줄이게 되었습니다.

 

패션 브랜드 가운데 8초 ‘에잇세컨즈(8 Seconds)’에서는 1년 중 가장 더운 달과 추운 달을 빼고 10개월 내내 입을 수 있다는

10달 ‘텐먼스(10 month)’를 내놓았습니다.

 

 

슬로우 패션이 그저 경기 침체와 유행에 대한 마케팅적 시류 대응이 아닌, 진정성있는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으로

리셋 되는 것이 가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패스트 패션과 슬로우 패션 모두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패피(패션 피플; fashion people)’들이 만들어 간다는

당연한 사실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