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에도 예방주사가 있다 본문
예방백신의 신뢰 조성을 위한 국가적 예방백신 전략이 필요.
최근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코로나 백신 접종률 차이가 국가별 경제 성적표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백신 보급이 빠른 선진국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과 백신 배포 확대로 올해 및 내년 세계 경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 한다. 이처럼 코로나 펜더믹 상황의 조기 수습을 위해서 백신은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등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접종받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바꾸었다는 실로 황당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허위·조작정보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일 수 있다. 국무총리마저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백신은 정치가 아닌 과학의 영역이다. 근거 없는 억측과 논란에 현혹되지 말고, 코로나19와의 싸움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코로나 백신의 이상반응을 ‘괜찮다,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명해 불안을 줄이고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 백신별로 접종자 연령을 조정하고 있는 캐나다와 독일의 백신 전략처럼 정부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접종학회에서는 “보건당국은 아스트라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강한 젊은 층에는 화이자 등 다른 백신을 접종해 이상반응 발생 비율을 줄이고 접종률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설득에서 자주 쓰이는 예방접종 전략은 수용자들에게 기존 태도와 상반된 주장을 약한 강도로 제시해 반대주장에 대한 면역성을 갖게 해 기존 태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소비자 의사결정의 관점에서, 예방행동은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취하는 ‘사전-행동’이자, 아직 발생하지 않은 부정적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행동’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사전-행동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사건을 심리적으로 조망(prospect)하는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그 행동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백신접종의 경우, 소비자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나중에 언제가 그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자가 그 질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거나, 미래적 사건(질병의 발병)에 대해 전혀 조망하지 않았다면, 소비자가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백신접종과 같은 사전-행동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적 사건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조망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비-행동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부정적인 사건을 회피하기 위한 맥락에서 그 행동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소비자들은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백신접종을 고민하는 것이지, 백신을 접종하였을 때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나중에 언젠가 걸릴지도 모를 질병의 위험성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백신접종 여부를 고민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인(drive)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백신접종은 질병의 미래적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백신접종(대비-행동)은 위험-회피 처리과정(process)에 의해 결정되는 선택 과제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질병의 미래적 위험성을 높게 예상할수록, 그리고 백신접종이 그러한 미래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회피 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될수록, 소비자들의 백신접종 의도는 높아진다. 만약, 소비자가 질병의 미래적 위험성을 지각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이 백신접종이라는 위험-회피 대안의 선택을 고려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21년 4월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면 여행을 다녀도 된다는 지침을 내놨다. 그러자 백악관 코로나 대응 고문이 잘못된 지침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로첼 월렌스키(미국 CDC 국장)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낮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다시 여행을 다녀도 된다. 국내 여행의 경우 완전히 접종을 마친 사람은 여행 전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자가 격리도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이하 CDC)가 새롭게 내놓은 여행 지침이다. CDC는 그러면서도 여행을 추천하진 않는단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백악관 코로나 대응팀 고문인 마이클 오스터홀름 박사가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는 공중 보건 차원에서 CDC의 메시지에는 문제가 있다. 여행과 관련해 얘기를 하자면, 꼭 가야 하는 게 아니라면 바이러스가 많이 확산하는 곳으로는 여행을 피하는 게 좋다. 백신을 맞아도 예방률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거다. 독일에서도 백신 접종자에게는 자유를 더 부여해야 한다는 보건당국의 주장이 나오는 등,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는 국가들 중심으로 봉쇄조치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아마 우리도 경기회복을 바라는 일부는 백신접종과 규제완화를 연동시키자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지각된 이익 보다는 지각된 위험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실제적 캠페인으로 예를 들어보자. 현재 저출산 고령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려는 사회적 설득과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래 포스터는 노약자석이 저출산으로 인해 다수가 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공익광고이다. 이는 고령화의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접종 전략의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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